티스토리 뷰

직장인 동호회 행사와 팀 빌딩 의식

직장인 동호회 행사와 팀 빌딩 의식

회사 안 직장인 동호회는 겉으로 보면 “같이 운동하고, 밴드하고, 사진 찍는 취미 모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안에서 중요한 팀 빌딩 의식이자 비공식 네트워크를 만드는 장입니다. 동호회 정기 행사, 연말 공연, 친선 경기, 소규모 워크숍 같은 자리는 ①직급과 부서를 넘어 사람을 다시 보게 하고, ②업무 밖에서 신뢰를 쌓는 경험을 제공하며, ③조직 문화와 소속감을 강화하는 상징적인 의례로 기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직장인 동호회 행사가 어떤 구조와 분위기를 갖는지, 그 안에서 팀 빌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동시에 어떤 한계와 부담이 생기는지, 그리고 건강한 동호회 문화를 위한 방향을 살펴봅니다.

1. 직장인 동호회 행사가 갖는 ‘작은 의례’의 구조

1) 회사는 공간을 잠시 ‘다른 장소’로 바꾸기
직장인 동호회 행사는 대개 퇴근 후 회의실, 주말 체육관·야외 운동장, 사내 카페·공연장 등 익숙한 공간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책상과 의자가 치워지고, 빔프로젝터 대신 악기와 간식이 놓이고, 정장 대신 운동복·밴드 티셔츠·편한 옷차림이 등장하면서 동일한 공간이 “업무 공간”에서 “함께 즐기는 장”으로 변합니다.

이 공간의 전환은 “여기서는 직급보다 이름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업무에서 한걸음 떨어진 팀 빌딩의 출발점이 됩니다.

2) 반복되는 행사 형식: 인사–활동–뒤풀이
많은 동호회 행사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 공유, 본 활동(연습, 경기, 촬영, 합주 등), 뒷정리 및 간단한 뒤풀이라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 반복은 “우리가 정기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쌓게 해 줍니다.

특히 정기 모임 외에 연말 발표회, 사내 대회 출전, 타 회사와의 친선전, 동호회 합동 페스티벌 등 연 1~2회 열리는 큰 행사는 동호회 구성원에게 “1년을 정리하고 다음을 약속하는 기념 행사”로 자리 잡습니다.

3) 사진·영상 기록과 사내 공유
행사가 끝난 뒤 단체 사진, 경기·공연 영상, 준비 과정 스냅 등을 모아 사내 게시판·뉴스레터·메신저방에 올리면,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동료들도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를 보게 됩니다.

이 기록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이 회사에서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직원들의 정서적 소속감을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2. 동호회 행사 속에서 일어나는 팀 빌딩 메커니즘

1) ‘직급’이 아닌 ‘역할’로 만나는 경험
업무 상황에서는 팀장/사원, 선배/후배, 발주자/수행자 관계가 늘 존재합니다.

그러나 풋살 동호회에서는 팀장도 수비수, 신입사원도 공격수, 밴드 동호회에서는 임원도 드러머, 대리도 보컬일 뿐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윗사람/아랫사람”이 아니라 “같이 경기하고 연주하는 동료”로 서로를 인간적으로 다시 보게 됩니다.

이 경험은 일상 업무로 돌아갔을 때도 말 걸기 쉬운 분위기, 서로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로 연결되어, 팀 빌딩에 긍정적으로 작동합니다.

2) ‘함께 고생한 기억’이 신뢰를 만든다
한 번의 경기, 공연, 전시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연습 일정 맞추기, 역할 분담, 장비·장소 섭외, 예산·간식 준비 등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약속을 지키는 사람,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사람,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주는 사람, 조율과 설득을 잘 하는 사람등 다양한 Role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이때 생기는 신뢰감은 “이 사람이면 같이 일해도 괜찮겠다”라는 인상으로 남아, 향후 실무 협업에서도 협력의 기반이 됩니다.

3) ‘실수와 허당미’를 공유하는 안전한 공간
업무에서는 실수하면 평가를 걱정해야 하지만, 동호회 행사에서는 음을 틀리거나, 슛을 놓치거나, 사진 구도를 망쳐도 대개 웃음과 응원이 먼저 나옵니다.

“팀장님이 축구 진짜 못하네”, “과장님이 이런 노래를 좋아했어요?”처럼 업무 상황이라면 하기 어려운 농담도 동호회 안에서는 가능해집니다.

이 가벼운 실패 경험과 웃음은 “이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덜 완벽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고, 그것이 곧 팀 빌딩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3. 조직 문화 관점에서 본 동호회 행사의 기능

1)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풀어 주기
회사는 종종 성과, 실적, 평가, 보고서로만 사람을 바라보는 공간이 되기 쉽습니다.

동호회 행사는 드럼 치는 개발자, 마라톤 뛰는 인사팀, 사진 잘 찍는 재무팀, 요리하는 영업팀 등 업무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동료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는 “이 사람은 그냥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을 높이며 조직 문화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2) 신입·이직자의 온보딩(적응) 도구
신입사원·이직자는 점심/퇴근 후에 누구와 어울려야 할지, 회사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알기 어려워 어색함을 느낍니다.

동호회 행사는 공통 관심사로 연결되고, 부서가 달라도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온보딩 통로입니다.

“입사 첫 해에 가입한 농구 동호회 사람들과 지금도 계속 같이 일한다” 같은 경험은, 조직에 대한 애착과 잔류 의사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3)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장
동호회에서 만난 인맥은 공식 결재 라인 밖의 정보 공유, 부서 간 인식 차이 해소, 프로젝트 협업 시 빠른 조율 등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물론 이것이 ‘줄 세우기’나 ‘라인 만들기’로 작동하면 문제가 되지만, 건강하게 운영될 경우 “부서 벽을 낮추는 비공식 브리지(bridge)”로 긍정적인 기능을 합니다.

4. 직장인 동호회 행사와 팀 빌딩의 그림자

1) 자발성과 ‘은근한 강요’ 사이
표면적으로 동호회 참여는 “자유입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사가 있는 동호회, 팀 전체가 가입한 동호회, 평가에 영향을 줄 것 같은 분위기 등 때문에 “안 끼면 눈치 보인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럴 때 행사는 “즐거운 팀 빌딩 의식”이 아니라 “야근에 이어지는 또 다른 의무 출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업무·가정과의 시간 충돌
직장인에게 퇴근 후·주말은 휴식, 가족 돌봄, 자기 관리 시간입니다.

동호회 행사 준비가 연습 잦은 공연, 주말마다 잡히는 경기·연습,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뒤풀이로 과도해지면, 참여자는 체력 소진, 가족과 갈등, 자기 시간 부족으로 결국 동호회를 떠나게 됩니다.

3) 소수 인원에게 몰리는 ‘보이지 않는 노동’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장소 예약, 인원 공지, 회비 정산, 물품 구매, 사진·영상 정리, 보고서 작성 등 눈에 잘 안 보이는 일이 많습니다.

이 일이 늘 비슷한 몇 사람에게만 몰리면, 그들은 “회사 일도 바쁜데, 여기까지 내가 다 떠안고 있다”는 피로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4) 친한 사람끼리만 뭉치는 ‘또 다른 파벌’ 위험
동호회가 크거나 오래될수록 특정 직급·라인·학교 출신이 많은 모임, 특정 성별·연령대 중심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새로운 사람, 다른 배경의 직원은 잘 섞이지 못하고, 동호회가 “팀 빌딩의 장”이 아니라 “내부 사람들끼리만 더 끈끈해지는 파벌”로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5. 건강한 동호회 행사·팀 빌딩 문화를 위한 방향

1) “와도 좋고, 안 와도 괜찮은” 진짜 선택권 보장
팀 빌딩을 위해서라도 참여의 자발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회식·동호회 참석 여부가 평가·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정기행사 외에는 “참석 가능하시면 오세요”라는 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사·리더가 “못 오는 사람 이해합니다, 무리하지 마세요”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은 크게 줄어듭니다.

2) ‘얼굴만 비추기 좋은’ 가벼운 행사도 섞기
모든 모임이 오래, 깊게, 자주 모이는 형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점심시간 30분 번개 모임, 사내 전시·공연 관람, 분기별 한 번만 하는 체험 행사처럼 부담 없이 스쳐 가듯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섞으면, 동호회 문턱이 낮아지고 팀 빌딩 접점이 넓어집니다.

3) 준비·운영 역할의 공정한 분배
동호회 운영진만 고생하지 않도록 행사마다 담당자를 돌려 맡기고, 간식/사진/정산/공지 등 일을 잘게 나누어 배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행사 후 “오늘 뭐가 힘들었는지”를 공유하고, 다음 번은 규모를 줄이거나 외부 도움(회사 지원, 시설팀 등)을 요청하는 등 운영진의 소진을 막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동호회 지속 여부를 좌우합니다.

4) ‘성과’보다 ‘관계’를 목표로 설정하기
동호회 행사가 대회 입상, 공연 퀄리티, 참가 인원 수 등 외형적 성과에만 집착하면 실력 차이가 큰 사람은 위축되고, 즐기러 온 사람은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팀 빌딩이 목적이라면, “누가 가장 잘했는가”보다 “누가 새로 참여했고, 누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는가”를 성과 기준으로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론: 직장인 동호회 행사는 ‘다른 얼굴로 만나는 팀 빌딩 의식’

직장인 동호회 행사는 표면적으로는 퇴근 후 운동, 사내 밴드 공연, 사진 출사, 보드게임 모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이 회사에서 서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일 외의 나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잘 설계된 동호회 행사와 의식은 직급과 부서를 넘어 사람을 다시 연결하고, 함께 고생하고 웃어 본 경험을 공유하게 하며, 조직 안에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넓혀 줍니다.

반대로 강요와 과로, 파벌과 부담으로 운영된다면, 동호회는 “팀 빌딩 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피로한 의무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동호회 행사를 통해 누가 더 잘 보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편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되었는가입니다.

직장인 동호회가 이 질문을 잊지 않고 운영될 때, 그 모임은 “업무 밖에서 서로를 사람으로 만나는 작고 소중한 팀 빌딩 의식”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