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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시즌 축제의 의례 구조

테마파크 시즌 축제의 의례 구조

테마파크의 할로윈, 크리스마스, 설·춘절 시즌, 여름 물놀이 축제, 봄 꽃 축제 등은 이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현대적 의례(ritual)’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방문객은 매년 같은 시기에 다시 찾아와 비슷한 동선을 걸으며, 정해진 시간에 퍼레이드를 보고, 특정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한정 메뉴와 굿즈를 소비합니다. 이 반복되는 행동 패턴은 개인과 가족, 연인, 친구에게 “우리가 매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기념의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이 글에서는 ①테마파크 시즌 축제가 왜 의례로 볼 수 있는지, ②공간과 시간 연출에 숨어 있는 의례 구조, ③참여 규칙·코스튬·굿즈가 만드는 역할 놀이, ④기념과 소비가 결합하는 방식, ⑤지속 가능한 축제 의례를 위한 과제를 살펴봅니다.

1. 시즌 축제, 왜 ‘현대적 의례’인가

테마파크 시즌 축제는 몇 가지 점에서 고전적인 의례와 닮아 있습니다.

첫째, 주기성입니다.
할로윈 시즌, 크리스마스 시즌, 여름 축제, 설·춘절 시즌 등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며 사람들의 연간 라이프스타일 캘린더와 결합합니다.

“올해도 할로윈 때 ○○ 가자”, “크리스마스에는 항상 그 파크에서 보내잖아”와 같은 말은 개인·가족의 시간 감각과 테마파크 축제가 이미 하나의 연례 의례로 엮여 있음을 보여 줍니다.

둘째, 정해진 행동 패턴입니다.
입장 전에 티켓과 굿즈를 준비하고, 입구 포토존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특정 시간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 잡고, 밤에는 불꽃놀이·나이트 쇼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손님이 스스로 ‘의식의 절차’를 내면화하여 반복 수행하는 구조와 비슷합니다.

셋째, 상징과 분위기 전환입니다.
시즌 축제 때 테마파크는 장식, 조명, 음악, 캐릭터 의상, 음식까지 모두 바꾸어 “오늘은 평소와 다른 시간, 다른 세계”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 ‘비일상성’은 종교·민속 의례가 일상과 분리된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방식과도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2. 공간 연출: 상징과 무대가 만드는 의례의 ‘성소’

시즌 축제의 의례 구조에서 공간 연출은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요소입니다.

1) 입구와 메인 스트리트: 일상에서 축제로 넘어가는 문
테마파크 입구와 메인 스트리트는 거대한 리스, 호박 조형물, 눈이 내리는 장식, 시즌 배너, 테마 음악이 집중되는 구간입니다. 이는 사실상 “축제의 성소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합니다.

입장과 동시에 방문객은 평소 복장과 행동 코드를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즐기고, 찍고, 놀아야 하는 날”이라는 심리적 전환을 경험합니다.

2) 존(Zone)별 상징의 세분화
많은 테마파크는 공포 존, 로맨틱 존, 키즈 존, 라이트·쇼 존 등 공간을 세분화해 각 존마다 다른 색채, 조명, 사운드, 캐릭터를 배치합니다. 이는 전통 의례에서 마을 어귀, 제단, 광장, 행렬 동선 등이 각기 다른 상징과 기능을 갖는 것과 비슷합니다.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의 구역’을 선택해 하루 동안 머물며 자신만의 축제 체험 레이어를 쌓게 됩니다.

3) 포토존과 상징 조형물: 기념의 중심점
테마 시즌 포토존, 대형 트리, 호박 마차, 빛의 터널 등은 방문객이 반드시 들르는 기념 사진 의례의 중심입니다.

매년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남기며, 가족과 연인은 “우리가 여기서 또 한 해를 보냈다”는 시간의 연속성을 확인합니다. 포토존은 단순 배경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계절이 연결되는 기념의 ‘마크 포인트’인 셈입니다.

3. 시간 구조: 오프닝–하이라이트–피날레

테마파크 시즌 축제의 하루는 대략 의례적인 시간 구조를 따릅니다.

1) 오프닝: 마중 인사와 분위기 열기
개장 직후 혹은 오전 시간에는 캐릭터 인사, 웰컴 퍼레이드, 오프닝 세리머니가 이뤄집니다. 이 시간대에는 직원·캐릭터가 손님에게 “오늘 주제”를 소개하고, 기본적인 규칙과 관람 포인트를 알려 줍니다.

이는 “의례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과 같은 역할을 하며, 방문객에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감을 잡게 해 줍니다.

2) 낮 시간: 자유 체험과 미니 의례들의 축적
낮에는 놀이기구 탑승, 시즌 푸드·굿즈 소비, 캐릭터 포토타임 등 개인의 선택이 크게 작동하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대기 줄에서 사진을 찍고, 특정 스낵을 먹고, 앱에 남은 미션을 체크하고, 여기저기 숨겨진 장식을 찾아보는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행동 패턴을 형성합니다.

3) 하이라이트 퍼레이드: 집단 의례의 클라이맥스
대부분의 시즌 축제에는 주간 혹은 야간 메인 퍼레이드가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방문객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음악·조명·안무·연출을 함께 체험합니다.

이 순간은 개인별로 흩어져 있던 경험이 거대한 집단 감정으로 묶이는 의례적 클라이맥스입니다.

4) 피날레: 불꽃·나이트 쇼·라이팅 세리머니
하루의 마지막에는 불꽃놀이, 라이트 쇼, 트리 점등식 등 ‘마지막 장면’이 배치됩니다. 방문객은 이 피날레를 보고 나서야 “오늘의 축제가 끝났다”는 실감을 하며 귀가 동선에 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 시즌 축제는 대개 이 피날레 장면과 함께 감정적으로 봉인된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4. 참여 규칙, 코스튬, 굿즈: 역할놀이로서의 의례

1) 드레스 코드와 역할놀이
할로윈 시즌의 분장, 크리스마스의 산타 모자·머플러, 여름 축제의 수영복·리조트룩 등은 방문객이 수동적인 관람객이 아니라 ‘축제의 배우’로 참여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특히 할로윈처럼 손님도 적극적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날에는 “누가 더 이 세계에 어울리게 변신했는가”가 하나의 놀이 규칙이 됩니다.

2) 행동 규칙과 암묵적 예절
테마파크 시즌 축제에는 표시되든, 표시되지 않든 암묵적 규칙이 존재합니다.

  • 퍼레이드 시간에는 앞사람 시야를 가리지 않기
  • 줄 서는 동선 지키기
  • 특정 구역에서는 플래시 촬영 자제하기
  • 아이들이 많은 구역에서 과도한 공포 연출 자제하기 등

이 규칙들은 “서로의 축제를 방해하지 않는 선”을 정해 주며, 규칙이 잘 지켜질수록 축제는 더 의례에 가까운 질서와 안정감을 가지게 됩니다.

3) 한정 굿즈와 배지: 참여의 ‘증표’
시즌별 한정 머그, 인형, 배지, 스티커, 의류 등은 그 해 축제에 실제로 참여했다는 물리적 증표로 작동합니다.

해마다 다른 디자인의 배지나 포토북을 모으는 사람에게 시즌 축제는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한 연례 의례”가 됩니다. 굿즈는 단순 상품이 아니라 축제 참여를 기념하는 작은 ‘기념패’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5. 인증샷과 SNS: 의례의 기록·확산 방식

1) 사진·영상 찍기 자체가 의례의 일부
테마파크 시즌 축제에서 사진과 영상 촬영은 더 이상 부수 활동이 아니라 핵심 절차에 가깝습니다. “입장샷 → 포토존샷 → 퍼레이드샷 → 피날레샷”으로 이어지는 촬영 루틴은 각자의 축제 참여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깁니다.

2) 해시태그와 챌린지: 집단 기록의 축적
공식 해시태그, 사용자 제작 콘텐츠 이벤트, 댄스·코스튬 챌린지 등은 개인의 기록을 거대한 온라인 공동 아카이브로 엮습니다.

그 해 시즌 축제를 검색하면 수천·수만 장의 이미지와 영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우리가 같은 시간대에 같은 의례에 함께 있었음”을 보여 주는 집단적인 흔적입니다.

3) 재방문과 비교의 즐거움
SNS 타임라인은 작년, 재작년 시즌 축제의 기록을 시간이 흐른 뒤 자동으로 소환합니다. 사용자는 “그때는 이런 코스튬이 유행했네”, “그 해에는 친구 ○○와 함께 왔었지”를 떠올리며, 올해의 축제를 이전 해와 비교·업데이트하는 자기만의 연속적 서사를 형성합니다.

이 비교와 업데이트 욕구가 “이번 시즌도 꼭 가야겠다”는 재방문 동기를 자극합니다.

6. 시즌 축제 의례를 둘러싼 과제와 방향

1) 과도한 상업화와 피로감
시즌 축제는 티켓, 굿즈, 음식, 공연까지 소비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때 “즐거운 의례”가 “지갑을 크게 열어야만 참여한 느낌이 나는 구조”로 기울면, 방문객은 피로감과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료 참여 프로그램, 저가 혹은 체험 중심 코스, 사진·퍼레이드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를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환경·노동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성
시즌 축제는 일회성 장식, 굿즈, 일회용품 소비를 크게 늘리는 구조입니다. 또한 연장 운영, 야간 공연 등으로 현장 노동 강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의례가 되려면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장식, 친환경 소재 굿즈, 인력·스케줄 관리 개선 등 보이지 않는 의식의 뒷면까지 점검해야 합니다.

3) 문화적 다양성과 배려
글로벌·다문화 관객이 함께 오는 테마파크에서 특정 종교·문화의 상징을 너무 가볍게 소비하거나 왜곡하면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예: 종교적 기호를 단순 장식으로 활용, 타문화 의상을 희화화한 코스튬 등.

시즌 축제를 기획할 때 “이 의례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가?”를 함께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론: 현대인의 ‘달력 속 의례’를 설계하는 테마파크

테마파크 시즌 축제의 의례 구조는 단순한 상업 이벤트를 넘어 현대 도시인의 달력 속 반복되는 기념과 감정의 리듬을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사람들은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절차를 거치며, 그 안에 가족 관계, 우정, 연애, 성장, 추억을 겹겹이 쌓아 갑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장식을 했는가”가 아니라 “이 시즌 축제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기억과 관계를 남기는가”입니다.

테마파크가 상업성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 배려, 진정성을 함께 고려해 시즌 축제의 의례를 설계할 때, 그 축제는 한철의 인파를 부르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기념하고 돌아보는 현대적 의례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