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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딩용 공공조형물과 기념성
현대 도시는 더 이상 행정구역이나 생활공간만이 아니라, 경쟁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각 도시는 저마다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상징적인 건축물, 랜드마크, 공공조형물을 적극적으로 세웁니다. 높은 타워, 대형 조형물, 디자인 다리, 미디어 파사드 같은 시설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도구이면서 동시에 도시가 기억하고 싶은 역사·가치·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기념물로 기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①공공조형물이 도시 브랜딩 수단이 된 배경, ②도시 마케팅과 기념성의 결합 방식, ③주민의 기억과 일상 속에서 조형물이 갖는 의미, ④상업화·관광상품화가 낳는 문제, ⑤앞으로 바람직한 도시 기념 조형물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1. 공공조형물이 도시 브랜딩의 핵심 도구가 된 이유
1)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시대
SNS와 사진 공유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도시를 복잡한 역사와 구조가 아니라 눈에 띄는 몇 개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야경 포인트, 전망대, 대형 조형물, 독특한 다리 같은 곳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한 장면”으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이때 공공조형물은 도시의 이름과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아이콘이 되며, 관광 홍보물·SNS·드라마·광고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됩니다.
2) “차별화된 도시”를 보여주는 간편한 언어
비슷한 인구·산업·기후를 가진 도시가 많아질수록 도시는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각적 상징에 의존하게 됩니다. 독창적인 조형물은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창의성, 미래지향성, 전통, 자연 친화성)를 한눈에 보여주는 간편한 언어가 됩니다.
3) 글로벌 경쟁 속에서의 투자 전략
대형 공공조형물은 관광·컨벤션·부동산 개발과 연결되며 “투자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획되기도 합니다. 도시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 번 지어두면 오랫동안 홍보·관광 수입·상징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브랜딩 예산이 공공조형물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도시 마케팅과 ‘기념성’의 결합 방식
1)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새 얼굴”을 만든다
도시의 공공조형물은 종종 특정 사건·인물·산업·역사를 기념하면서 동시에 “이제 우리는 이런 도시가 되고자 한다”는 미래 지향 메시지를 담습니다.
예를 들면, 항구도시는 오래된 부두·선창의 기억을 살리면서 물결·배·바람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해양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공업도시는 낡은 공장·굴뚝을 예술 공간·조형물로 재해석해 “산업유산을 창의도시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때 조형물은 과거를 기념하는 기념비이면서 새 이미지를 제안하는 브랜딩 장치라는 이중 역할을 수행합니다.
2) 기념일·축제와 결합하는 상징 무대
도시에는 각종 시민의 날, 개항 기념일, 승격 기념일, 문화·예술 축제 등이 있습니다. 공공조형물은 이런 행사에서 퍼레이드 출발점, 공연·점등식이 열리는 무대, 불꽃놀이·라이트쇼의 배경이 되며 도시의 ‘기념 의례’가 펼쳐지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사진·영상 속에서 “매년 그 자리, 그 조형물 앞에서” 축제가 반복될수록 그 조형물은 도시의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는 배경이 됩니다.
3) 로고·슬로건·관광 기념품으로의 확장
도시 브랜딩에서 조형물의 실물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것이 그 형태가 변형되어 로고, 캐릭터, 관광 기념품, 굿즈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입니다. 조형물의 실루엣이나 색상, 구조는 관광 지도, 홈페이지, 포스터, 기념품 등에 반복되며 도시 이미지를 통일감 있게 구성합니다. 이렇게 되면 조형물은 공간을 장식하는 요소에서 도시 브랜드의 핵심 그래픽 언어로 격상됩니다.
3. 시민의 일상 속에서 공공조형물이 갖는 기념성
1) “우리 동네의 배경”이자 “약속 장소”
도시 주민에게 공공조형물은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이면서도 동시에 “매일 지나치는 풍경”이고, “친구와 약속하는 장소”이며, “아이와 산책 나오는 길목”입니다.
특정 조형물 앞에서 첫 데이트를 하고, 졸업사진을 찍고, 가족 기념사진을 남기며 개인의 생애 기념 장면들이 도시 조형물과 겹쳐지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기억은 “그 조형물이 있는 도시”를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담긴 도시”로 느끼게 합니다.
2) 애증의 대상: 자부심과 불편함 사이
공공조형물이 과도한 예산, 논란 많은 디자인, 조형 미감 논쟁의 대상이 되면 시민에게는 복합적인 감정을 남깁니다. “촌스럽다”, “세금 낭비 같다”는 비판과 “그래도 우리 도시에만 있는 상징”이라는 애착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애증 자체가 도시와 주민 사이의 특유의 ‘관계 기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3) 세대에 따라 다른 해석
시간이 지나면 조형물을 둘러싼 초기 논쟁은 흐려지고, 그 시기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원래 거기 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부정적 평가 속에 세워진 조형물도 세월이 흐르며 옛 사진과 함께 “그 시절 도시의 상징”으로 재평가되곤 합니다. 이는 공공조형물이 기획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세대별·시기별로 다른 기념성을 갖게 됨을 보여줍니다.
4. 도시 브랜딩 조형물이 가진 한계와 위험
1) ‘사진 잘 나오는’ 소비용 장치로 축소될 때
도시 브랜딩 경쟁이 과열되면 조형물은 역사·공동체·철학을 담는 그릇이라기보다 “인증샷 잘 나오는 포토존”, “관광객을 잠깐 세워두는 장치”로 기획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 경우 조형물은 주민의 삶과 실제 도시 문제와는 거리가 먼 오브제가 되고, 도시는 브랜딩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안게 됩니다.
2) 주민 참여 부족과 ‘낯선 상징’ 문제
설계·선정 과정에서 전문가·정치·행정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만, 시민의 의견과 일상 감각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주민 스스로도 “저게 우리 도시를 대표한다고?” 하는 낯섦을 느끼고, 조형물은 도시를 보여주는 상징이면서도 정작 도시 사람들에겐 거리감 있는 물체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3) 장소의 기억을 지우고 새 이미지만 덧씌우는 위험
새로운 조형물을 세우기 위해 오래된 건물·골목·시장·삶의 흔적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자리에 세워진 번지르르한 조형물이 과거의 기억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비워낸 자리 위에 놓인 장식품”이 된다면, 도시의 기념성은 실제 사람과 사건에서가 아니라 연출된 이미지에만 머물게 됩니다.
4) 관리·유지의 부담과 방치 문제
공공조형물은 세우는 것만큼 관리·보수·조명·안전 점검이 중요합니다. 예산과 관심이 줄어들면 조명이 꺼지고, 녹슬거나 파손된 채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때 조형물은 도시의 미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관리 안 되는 도시”의 상징으로 뒤집혀 읽히게 됩니다.
5. 기념성을 살리는 도시 공공조형물의 방향
1)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도시 브랜딩에서 화려함·특이함·높이·크기 같은 요소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 도시가 정말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장소·사건·가치가 무엇인가”입니다.
조형물 기획 단계에서 개발 성과나 외형 경쟁보다 도시가 지켜야 할 이야기, 상처와 실패, 기억해야 할 관계까지 포함해 단단한 서사를 먼저 세운다면 그 위에 세워지는 형태는 더 설득력 있는 기념성을 갖게 됩니다.
2) 주민 참여를 통한 공동 설계·공동 주인 의식
공모전·설명회·워크숍·온라인 의견 수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예술가·청년·노년층이 조형물의 의미와 활용 방식에 의견을 내고, 선정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형물은 “시가 세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도시의 얼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3) 일상과 연결되는 활용 계획
조형물이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관광용 오브제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 동선과 연결된 쉼터·전망 포인트·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기념성은 기념일과 행사 때만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조용히 축적됩니다.
4) 시간에 따라 해석이 열려 있는 디자인
도시와 사회는 변합니다. 따라서 공공조형물도 한 시대의 메시지를 ‘고정된 답’으로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 새로운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갖는 편이 좋습니다.
예: 바닥에 이름을 새기는 대신 앞으로도 추가·수정이 가능한 판을 두거나, 조명을 바꿔 다른 기념일·행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시민 작품·문구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 도입 등. 이렇게 하면 조형물은 한 번 완성된 물건이 아니라 도시와 함께 늙고 성장하는 기념의 장이 됩니다.
결론: 도시의 얼굴이자 기억의 그릇으로서의 공공조형물
도시 브랜딩용 공공조형물은 관광을 부르는 랜드마크이자, 투자와 개발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과 가치, 미래 세대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기념의 그릇입니다.
브랜딩 경쟁에만 집중하면 조형물은 “사진 잘 찍히는 구조물”로 남겠지만, 기억과 책임, 관계와 시간을 함께 고민한다면 공공조형물은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그 도시를 사랑하고 비판하고 걱정해 온 시민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형물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이 구조물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만큼 그 도시의 삶과 기억에 깊이 스며든 기념성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