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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챌린지형 기념일 형성 메커니즘

SNS 챌린지형 기념일 형성 메커니즘

버킷에 물을 뒤집어쓰거나, 한 줄 문구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특정 동작을 따라 하며 짧은 영상을 올리는 ‘SNS 챌린지’는 이제 하나의 놀이 문화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기념일 생성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특정 이슈를 알리거나 모금을 위해 시작된 챌린지가 어느 순간 “오늘은 ○○ 챌린지를 하는 날”, “이번 주는 ○○데이 주간”처럼 달력에 없는 기념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①SNS 챌린지형 기념일의 특징, ②챌린지가 기념일로 굳어지는 단계별 메커니즘, ③알고리즘·해시태그·플랫폼 기능이 하는 역할, ④브랜드·기관의 개입과 제도화 과정, ⑤참여와 피로, 상업화 사이의 문제점과 과제를 정리해 봅니다.

1. SNS 챌린지형 기념일이란 무엇인가

SNS 챌린지형 기념일은 간단히 말해, “특정 행동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참여 이벤트가 반복되면서, 특정 날짜·기간에 집중된 ‘기념의 관습’으로 굳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 간단하면서도 눈에 띄는 행동: 물 붓기, 손가락 포즈, 특정 춤, 손글씨 문구 들기 등
- 정해진 형식의 콘텐츠: 10~3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이나 사진 한 장
- 공유 가능한 해시태그: #○○챌린지, #○○의날 같이 검색이 쉬운 태그
-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체인 구조: “세 명을 지목합니다” 형식의 릴레이
- 사회적 명분: 질병 인식, 환경, 인권, 기부, 지역 상권 살리기 등

처음에는 “이 챌린지 해보자”에서 시작하지만, 반복되면서 “이 날짜에는 원래 이 챌린지를 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결국 비공식 기념일처럼 기능하게 됩니다.

2. 1단계: 밈으로서의 ‘챌린지 포맷’ 탄생

첫 단계는 순수하게 콘텐츠 포맷이 재미있어서 퍼지는 단계입니다.

1) 직관적이고 따라 하기 쉬운 동작 설계
별도 준비물이 거의 없거나,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만 필요합니다. 촬영 난이도가 낮고, 혼자서도 찍을 수 있어야 확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시각적으로 강렬한 한 컷
타임라인을 넘기다가도 한 눈에 “아, 저거 그 챌린지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물 쏟기, 특정 색의 카드 들기, 상징적인 포즈 등은 밈(meme)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3) 간단한 규칙 + 릴레이 구조
“영상을 찍는다 → 해시태그를 단다 → 세 명을 지목한다” 식으로 규칙이 명료할수록 참여 장벽이 낮아집니다. 지목받았을 때 “안 하면 민망한” 가벼운 압력이 생기면서 참여율이 올라갑니다.

4) 이슈보다 ‘재미’가 먼저 부각되는 시점
초반에는 누가 가장 창의적으로 변형하나, 누가 더 과감하게 찍나 하는 재미 요소가 이슈 자체보다 앞서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챌린지는 “놀이로 포장된 메시지”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3. 2단계: 해시태그와 알고리즘이 만드는 폭발적 확산

두 번째 단계에서는 플랫폼의 기술 구조가 챌린지 확산을 돕습니다.

1) 해시태그로 묶이는 거대한 피드
#○○챌린지를 누르면 수많은 유사 콘텐츠가 한 번에 뜨면서 “지금 이게 유행”이라는 인식이 강화됩니다. 사용자는 타인의 참여를 보며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2) 알고리즘의 추천·노출 효과
특정 태그와 포맷의 참여량이 갑자기 늘면 플랫폼은 이를 인기 콘텐츠로 판단하고 추천·탐색 탭·릴스/숏츠 상단 등에 노출합니다. 이 자동 증폭이 몇 날 며칠 동안 챌린지를 타임라인에 쏟아지게 만듭니다.

3) 인플루언서·셀럽의 합류
팔로워가 많은 인물이 참여하면 “이 챌린지는 해도 되는 것”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승인 효과가 생깁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챌린지일수록 유명인의 참여는 기념 행위의 정당성을 빠르게 부여합니다.

4) ‘지금 안 하면 늦는다’는 FOMO
타임라인에 같은 챌린지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이 유행이 지나가기 전에” 참여하려 합니다. 이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칠까 두려움)가 단기간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고,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기념의 시간대를 형성합니다.

4. 3단계: 브랜드·기관이 개입하면서 ‘기념일화’되는 과정

세 번째 단계에서는 기업·언론·공공기관이 챌린지에 올라타면서 이벤트가 ‘○○의 날’처럼 굳어집니다.

1) 공식 명칭 부여와 날짜 고정
“○월 ○일, ○○ 챌린지의 날” “올해도 ○○데이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같은 문구가 광고·보도자료·공식 계정에서 반복되면 챌린지는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돌아오는 날”로 인식됩니다.

2) 오프라인 행사와의 결합
지자체·기관이 광장, 학교, 회사에서 챌린지를 집단으로 수행하는 행사를 열면서 온라인 놀이가 오프라인 의례로 확장됩니다. 현장에서도 다시 SNS 업로드를 권장하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 강화됩니다.

3) 브랜드/캠페인 키 비주얼로 사용
유통사·브랜드는 챌린지 동작·색깔·문구를 포스터, 배너, 상품 패키지에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이때부터 “○○ 챌린지 = ○○ 브랜드의 시즌 캠페인” 같은 결합 이미지가 생기고, 사실상 상업화된 기념일로 정착합니다.

4) 언론의 ‘연례행사’ 보도
“올해도 어김없이 ○○ 챌린지가 진행됐다”, “○○데이를 맞아 ○○ 챌린지 확산” 같은 기사 제목이 붙기 시작하면 챌린지는 언론 캘린더 속 연례행사로 편입됩니다.

5. 4단계: 기억·규범·시장 구조에 스며드는 ‘새로운 기념일’

마지막 단계에서는 챌린지가 일종의 사회적 관습이 됩니다.

1) 개인의 연례 행동으로 자리 잡기
“작년에도 했으니, 올해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생깁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매년 같은 날짜의 챌린지 게시물을 보며 개인적 기억 의례처럼 활용하기도 합니다.

2) 교육·홍보 콘텐츠로 재가공
학교·기관·단체는 챌린지 장면을 활용해 인식 개선 자료, 수업 자료, 캠페인 홍보물을 만듭니다. 이로써 챌린지는 단순 이벤트를 넘어 교육용 ‘기록’이 됩니다.

3) 상업 캘린더에 공식 편입
대형 플랫폼과 기업은 자체 제작한 ‘캠페인 캘린더’에 해당 챌린지 데이를 아예 한 줄로 넣고, 매년 자동으로 동일한 시즌 프로모션을 준비합니다. 즉, “마케팅 부서가 챌린지를 잊지 않도록 시스템이 기억하게 만드는 단계”에 이릅니다.

4) 의미의 확장·희석이 동시에 일어남
시간이 흐르면 챌린지의 원래 취지, 누구를 위해 시작된 행동인지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흐려지기도 합니다. 대신 이미지와 형식만 남아 “그냥 이 날엔 이걸 하는 거지”라는 가벼운 규범으로 굳어지기도 합니다.

6. 긍정적 효과 vs 부작용, 그리고 과제

SNS 챌린지형 기념일 형성 메커니즘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를 동시에 지닙니다.

1) 긍정적 측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지도를 매우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참여 장벽이 낮아 어린이·청소년·고령층까지 쉽게 동참할 수 있는 기념 방식입니다. 모금·후원·자원봉사 참여가 챌린지를 계기로 늘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2) 부정적/문제적 측면
쇼잉(showing) 위주의 ‘보여주기 기념’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실제 행동 변화보다 인증샷·영상 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합니다. 정보 왜곡·단순화 문제도 있습니다. 복잡한 사회문제가 간단한 슬로건과 포즈로만 소비되면서 구조적 원인이 가려질 수 있습니다. 또 해시태그 피로와 냉소가 누적될 수 있고, 특히 질병·재난·폭력 피해자를 위한 챌린지일수록 당사자는 “이게 정말 도움이 되나?”, “우리의 고통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건 아닐까?”라고 느낄 위험도 있습니다.

3) 앞으로의 과제
챌린지를 기획할 때 당사자·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표현 방식과 메시지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단순 인증을 넘어 챌린지 참여 후 후원 가입, 정책 청원, 오프라인 모임, 생활 습관 바꾸기 등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기관이 참여할 때에는 ‘이미지 세탁’이 아닌지, 실제 내부 정책과 사업이 그 메시지와 일치하는지 투명하게 점검받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SNS 챌린지형 기념일은 결국 “알고리즘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의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의례가 비어 있는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기념의 장으로 남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