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
기후위기는 과학 보고서 속 숫자를 넘어, 당장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의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이 불안은 거리와 광장으로, 교실과 직장을 떠나는 파업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글로벌 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년 기후파업은 학교와 대학, 직장을 잠시 멈추고 기후위기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라고 요구하는 상징적 행동이며, 글로벌 행동의 날은 국가와 도시, 언어를 넘어선 연대의 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①청년 기후파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 ②파업이 어떻게 ‘글로벌 행동의 날’이라는 형식으로 조직되는지, ③거리와 온라인, 로컬과 글로벌이 만나는 방식, ④이 운동이 만들어낸 변화와 한계, ⑤앞으로 청년 기후 행동이 가져갈 방향을 살펴봅니다.
1. 왜 청년들은 ‘파업’이라는 언어를 선택했나
청년 기후운동의 핵심 상징은 ‘스트라이크(파업)’입니다. 단순한 집회나 캠페인이 아니라, 원래 해야 할 일을 멈추는 행위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후위기를 “추가 과제가 아니라, 모든 것의 전제조건”으로 보겠다는 선언입니다.
학생에게 학교 수업은 가장 기본적인 일과이고, 청년 노동자에게 노동은 생존과 직결된 활동입니다.
이것을 잠시 중단하면서까지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부도 일도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행위는, 환경보호를 ‘좋은 일’ 정도로 취급해 온 기존 질서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입니다.
둘째, 책임의 비대칭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체계를 설계한 것은 주로 기성 세대와 정부·기업이지만, 기후위기의 가장 긴 시간대의 영향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는 청년과 아동입니다.
청년 기후파업은 “결정권은 어른들이 쥐고, 피해는 우리가 뒤집어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며, 정치적 책임 전환을 요구하는 행동입니다.
셋째, 노동운동의 역사와 연결되는 상징입니다.
‘파업’이라는 단어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 권리 쟁취를 위한 집단 행동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 상징을 빌려 “기후위기는 단지 자연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2. 글로벌 행동의 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청년 기후파업은 어느 한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행동이 아니라, 여러 도시와 국가가 동시에 움직이는 글로벌 행동의 날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공통된 날짜와 슬로건 설정
국제 네트워크와 캠페인 플랫폼들은 기후 회의가 열리는 시기, 주요 정상회의(G7, G20 등), 유엔 기후총회 전후, ‘지구의 날’ 같은 환경 기념일에 맞춰 “○월 ○일, 전 세계 기후파업”, “○○ 정상회의 전, 글로벌 행동의 날”과 같은 날짜를 제안합니다.
이때 “1.5℃를 지켜라”, “더 이상 화석연료 개발 금지”처럼 간결한 공동 슬로건이 함께 공유됩니다.
2) 각 도시·국가가 자율적으로 행사 기획
정해진 날이 다가오면, 각 도시·국가의 청년 그룹과 시민단체는 행진 경로, 집회 장소, 퍼포먼스, 현수막·피켓 문구를 각자의 언어와 상황에 맞게 기획합니다.
공통 날짜와 슬로건은 같지만, 어떤 나라는 석탄발전 반대, 어떤 나라는 홍수·산불 피해, 또 다른 나라는 환경 정의·기후 난민 문제에 초점을 둡니다.
즉, 글로벌 행동의 날은 “하나의 기후위기, 서로 다른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를 갖습니다.
3) 해시태그와 라이브로 묶이는 전 세계 현장
행사 당일에는 인스타그램, X(트위터), 틱톡, 유튜브 라이브 등을 통해 각 도시의 행진과 집회, 피켓 사진이 공통 해시태그로 묶여 올라옵니다.
이때 서로 다른 곳에서 움직이는 청년들은 “우리는 숫자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이렇게나 많은 도시에서 동시에 행동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얻게 됩니다.
글로벌 행동의 날은 물리적으로는 흩어져 있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한 장면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기념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3. 거리·학교·온라인: 청년 기후파업의 다양한 장면들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은 단지 도심 행진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집니다.
1) 학교와 대학에서의 ‘수업 대신 기후 수업’
일부 학교·대학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수업을 중단하고, 대신 기후과학 강연, 에너지 전환 워크숍,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파업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아니라 “정규 교육이 다루지 못한 내용을 스스로 배우는 날”로 재해석됩니다.
2) 직장과 일터에서의 연대 표현
기후위기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청년 노동자, 연구자, 문화예술인 등이 글로벌 행동의 날에 맞춰 점심시간 집회 참여, 사무실 앞 피켓 시위, 회사에 기후정책 요구서 전달 등의 방식으로 연대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3) 온라인 참여: 해시태그 파업과 디지털 행동
물리적으로 거리에 나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오늘은 화석연료 기업 광고가 실린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겠다”거나, 기후위기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유하고, 정치인·기업 계정을 태그해 요구를 보내는 등 디지털 공간에서 ‘온라인 파업’에 가까운 행동을 시도합니다.
또한 기후 파업용 프로필 이미지, 공동 서명 링크, 온라인 토론방 참여 등은 글로벌 행동의 날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시에 흔들리는 날”로 확장시키는 장치가 됩니다.
4. 청년 기후파업이 만들어낸 변화와 한계
1) 공론장의 변화: “기후는 나중에”에서 “지금 당장”으로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 이후, 많은 나라에서 뉴스 헤드라인, 선거 토론, 학교·가정 대화 속에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전문가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자녀, 내 삶, 내 도시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기후 공약을 언급하지 않고는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분위기, 기업들이 ESG, 탄소중립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압력에는 청년들의 반복적인 거리 행동이 분명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2) 청년 정치·시민 참여의 확장
기후파업을 계기로 시민단체 가입, 로컬 기후 모임 결성, 지방의회 모니터링, 기후 관련 전공·직업 선택 등으로 자신의 삶의 궤도를 바꾸는 청년도 적지 않습니다.
파업은 “하루의 행동”이면서 “장기적인 시민 참여의 관문” 역할을 해 온 셈입니다.
3) 그러나 구조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한편, 수년간의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 산림 파괴, 탄소 배출량 증가 추세는 여전히 충분히 꺾이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우리가 이렇게 외쳐도 실제 정책·경제 구조는 왜 이리 느린가”라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4) 운동의 지속 가능성과 불평등의 문제
지속적인 파업과 행동은 학업·취업·생계 부담이 큰 청년에게 물리적·정신적 피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대도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국가의 청년들이 더 눈에 띄기 쉽고,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를 받는 저소득 국가·지역의 청소년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불균형도 존재합니다.
글로벌 행동의 날이 진정으로 ‘글로벌’해지기 위해선 이 같은 불균형을 인식하고, 발언권과 자원을 재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5. 앞으로의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이 가야 할 방향
1) 상징 행동에서 ‘구체적 요구’로 더 나아가기
앞으로의 기후파업과 행동의 날은 단순히 “기후위기 멈춰라”라는 추상적 요구를 넘어서, 석탄·가스 개발 중단,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상향, 교통·건물 부문 감축 계획, 기후 피해국에 대한 재정 지원 등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요구를 정치·기업·지자체별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2) ‘한 번의 대규모 행동’과 ‘일상의 작은 변화’ 연결하기
글로벌 행동의 날에 수십만 명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날이 끝난 뒤 학교·직장·동네에서 어떤 변화를 이어갈지에 대한 후속 전략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동아리, 지역 기후위원회, 시민참여예산 제안 등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를 안내한다면, 행동의 날은 “단발성 기념일”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의 관문”이 될 수 있습니다.
3) 로컬 의제를 존중하는 글로벌 연대
각 나라와 도시의 상황은 에너지 구조, 경제 수준, 기후 피해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글로벌 행동의 날은 공통 슬로건을 공유하되, 각 지역이 자신들의 현실에 맞는 의제와 언어로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자율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럴 때 청년 기후운동은 “복사된 구호의 행렬”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명하는 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4) 기후정의(Climate Justice) 관점 강화
앞으로의 청년 기후파업은 단순 탄소 수치 감소를 넘어, 기후위기로 더 큰 피해를 겪는 저소득층, 원주민, 이주민, 미래 세대의 관점, 북반구·남반구 간 책임과 부담의 불균형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모두의 위기”라는 말 뒤에 가려진 불평등한 현실을 드러내고, 더 공정한 해결을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결론: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을 위한 파업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은 겉으로 보기엔 수업을 빼먹고, 일을 잠시 멈추고, 거리로 나가는 행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는 우리 삶의 조건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강한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언젠가 올 재앙이 아니라, 이미 현재의 일상과 진로, 관계와 계획을 흔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기후파업은 “먼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도 청년 기후파업과 글로벌 행동의 날은 정치와 경제 구조를 향한 압박이자, 서로의 두려움과 희망을 확인하는 연대의 장, 다음 세대에게 남길 기록이 되는 의례로 계속해서 달력 위에 찍히게 될 것입니다.
그날들이 단지 구호를 외치는 날에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인 전환과 기후정의를 향한 현실적인 발걸음을 더해 나가는 날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청년들의 외침을 듣고, 대답하고, 함께 움직여야 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