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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의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 전략

actone 2025. 12. 31. 04:07

관광도시의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 전략

관광도시의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 전략

많은 도시가 스스로를 ‘관광도시’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연중 내내 사람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축제가 몰려 있는 짧은 성수기와, 텅 비어 버리는 비수기의 간극은 도시 경제와 이미지 모두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최근 관광도시들은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1년 12달을 촘촘히 채우는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①관광도시에서 기념축제가 갖는 기능, ②계절·테마·타깃별 캘린더 구성 전략, ③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동시에 고려한 운영 원칙, ④과잉 축제와 상업화의 위험, ⑤지속 가능한 연중 축제 전략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1. 왜 관광도시에 ‘연중 축제 캘린더’가 필요한가

관광도시의 축제는 단순한 행사 일정이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1) 성수기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기
많은 관광지는 벚꽃 시즌, 여름 피서철, 단풍철, 연말 야경 시즌처럼 특정 시기에만 인파가 몰리고 나머지 시기에는 상권과 숙박업이 크게 위축됩니다.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는 비수기에도 방문 이유를 만들어 도시 수입과 일자리, 상권의 조화를 맞추려는 시도입니다.

2) 도시 브랜드의 일관된 메시지 구축
캘린더가 없으면 축제가 제각각 열리고 사라지며, 도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외부인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연중 주요 기념일과 축제가 하나의 콘셉트와 스토리로 엮여 있으면 “이 도시는 ○○의 도시”라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3) 여행 계획의 예측 가능성 제공
관광객 입장에서는 “언제 가면 무엇을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연간 축제 캘린더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여행사는 패키지를 기획하기 쉽고, 개별 여행자도 항공·숙소·이동을 미리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중 축제 캘린더는 도시의 경제, 브랜드, 방문객 경험을 동시에 관리하는 핵심 전략 도구가 됩니다.

2. 계절·테마·타깃을 조합한 캘린더 설계

연중 축제 캘린더는 단순히 축제 날짜를 12달에 나눠 꽂는 작업이 아니라, 계절·테마·타깃을 입체적으로 조합하는 일입니다.

1) 계절별 핵심 테마 설정
각 관광도시는 자연 환경, 기후, 경관에 따라 계절별로 강점이 다릅니다.

  • 봄: 꽃·걷기·역사 유적 답사, 청춘·로맨스 콘셉트
  • 여름: 해변·물놀이·음악 페스티벌, 야간 경관·야시장
  • 가을: 미식·와인·수확·문학·예술제
  • 겨울: 조명·크리스마스 마켓·온천·실내 공연

캘린더 전략에서는 각 계절에 맞는 대표 기념축제를 1~2개씩 배치하고, 나머지 소규모 행사로 빈틈을 메워 “언제 와도 뭔가 하나는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기념일·역사·문화와의 연결
관광도시는 도시 탄생일, 독립·혁명·항쟁, 항구 개항일, 예술가·위인 탄생일, 산업·특산물과 관련된 기념일 등 고유의 연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중 캘린더는 이러한 역사적 기념일에 문화·예술·관광 프로그램을 붙여 “이 날은 이 도시에서 꼭 있어야 하는 날”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항구 개항일에는 세계 음악·해양 문화 축제를, 특정 예술가의 기일·탄생일에는 국제 예술제·문학제를, 지역 산업의 날에는 디자인·푸드·클러스터 페스티벌을 기획할 수 있습니다.

3) 타깃별 분산 전략
모든 축제를 가족 관광객 중심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연중 캘린더에는 청년·Z세대 중심(뮤직 페스티벌, 스트리트 컬처), 가족·아동 중심(체험형 놀이, 캐릭터 축제), 시니어·문화 탐방형(클래식, 전통문화, 역사 기행), 비즈니스·MICE 연계(컨퍼런스+도시 페스티벌) 등 다양한 타깃이 균형 있게 분포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 시기에 한 연령층만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도시 이용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4) 지역·권역별 배치
관광도시 내에서도 구도심, 신도시, 해안·강변, 산·호수, 외곽 마을 등 권역별 특성이 다릅니다. 캘린더 전략에서는 개별 권역에 맞는 기념축제를 분산 배치해 방문 동선을 넓히고 혼잡도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주민과 관광객을 동시에 고려한 운영 원칙

연중 축제가 성공하려면 도시 주민이 “우리 축제”라고 느끼는 것이 필수입니다. 관광객만을 위한 축제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1) 주민 참여형 기획 구조
축제 아이디어 공모, 지역 예술가·청년 기획단, 상인·주민·학교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캘린더의 일부를 주민 주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당위적 참여가 아니라, 주민에게 실제 이득·기쁨이 돌아오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상권 홍보, 지역 동아리 공연 무대 제공, 마을 투어 코스 편입 등이 있습니다.

2) 일상과의 충돌 최소화
연중 축제가 잦아질수록 교통 통제, 소음, 쓰레기, 집값·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사 규모·시간·장소를 조절해 출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게 하고, 쓰레기·소음 관리 인력과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며, 주민에게 사전 정보와 의견 수렴 채널를 제공해야 합니다.

3) 지역 고유 문화의 존중
관광객을 위해 과도하게 ‘보기 좋은’ 콘텐츠만 만들다 보면 지역 고유의 생활 문화·언어·관습이 피상적인 쇼로 소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연중 축제 캘린더에는 마을 제의, 종교·민속 의례, 생활 시장, 옛 거리 등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삶의 리듬을 존중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4. 과잉 축제, 상업화, 브랜드 피로의 위험

1) “365일 축제 도시”의 역효과
언뜻 듣기에는 매력적이지만 실제로는 일상이 항상 소란스러운 도시, 숙박·물가가 항상 높은 도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어디를 가도 비슷한 행사와 붐비는 거리”만 남으면 도시 고유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2) 축제의 상업화와 깊이의 상실
스폰서, 대형 브랜드, 프랜차이즈 중심의 부스가 축제장을 도배하면 지역 색과 기념의 의미는 약해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행사장”이 되어 버립니다. 연중 캘린더를 설계할 때 최소한 일정 비율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로컬 콘텐츠, 공익·예술·실험 프로그램에 배정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3) 도시 브랜드의 피로와 혼선
축제가 많을수록 도시 브랜드 메시지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는 전통문화 도시, 여름에는 EDM 클럽 도시, 가을에는 웰니스·치유 도시, 겨울에는 쇼핑·아울렛 도시를 내세운다면 관광객은 “도대체 이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중 축제를 관통하는 한두 개의 핵심 가치를 정해 축제마다 다르게 변주하되 근본 메시지는 유지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4) 지역 간 경쟁과 자원 분산
비슷한 시기, 비슷한 콘셉트의 축제가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면 관객·스폰서·미디어의 관심이 분산되고 어느 곳도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때 인근 도시와 일정·테마를 조율하거나, 공동 브랜드·순회형 기념축제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지속 가능한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를 위한 방향

1) “빈칸을 채우기”가 아니라 “도시 스토리 만들기”
연중 캘린더는 단지 비어 있는 달에 축제를 넣는 작업이 아니라, 한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12달의 이야기로 엮는 기획입니다. 예를 들어 1분기는 도시 정체성과 역사에 관한 축제, 2분기는 자연과 환경, 야외 활동 중심, 3분기는 음식·예술·수확과 관련된 기념, 4분기는 빛·추모·성찰, 내년을 준비하는 축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 도시는 1년 동안 이런 순서로 자신을 이야기한다”는 큰 구조를 먼저 잡고 세부 행사를 채워 넣는 것이 좋습니다.

2) 데이터 기반 피드백과 조정
방문객 수, 숙박률, 교통량, 상권 매출, SNS 언급량, 주민 만족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제별로 수집해 매년 캘린더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작년에 했으니 올해도 한다”가 아니라 “이 시기, 이 규모, 이 콘셉트가 도시와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3) 환경·기후를 고려한 기획
연중 축제는 탄소배출, 쓰레기, 에너지 사용량을 고려한 친환경 운영 원칙을 갖춰야 합니다. 다회용 컵·식기 사용, 대중교통·자전거 이용 장려, 과한 불꽃놀이·조명 대신 친환경 연출 활용 등은 기본적인 예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많이 모이고 많이 쓰는 축제”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즐기는 기념”이 도시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 됩니다.

4) 온라인·하이브리드 기념 방식 확장
비수기에 온라인 콘서트, 라이브 토크, 메타버스 전시·체험 등 디지털 형식의 축제를 결합하면 실제 방문이 어려운 해외 관광객에게 도시를 미리 경험하게 하고, 팬층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온라인 참여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피드백은 오프라인 축제를 개선하는 데 유용한 자원이 됩니다.

결론: ‘축제 수’가 아니라 ‘축제의 리듬’을 설계하는 일

관광도시의 연중 기념축제 캘린더 전략은 얼마나 많은 축제를 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리듬과 이야기로 1년을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도시의 날씨, 역사, 사람, 산업, 갈등, 꿈이 12달의 기념과 축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관광객은 단지 행사를 소비하는 방문자가 아니라 그 도시의 시간을 잠시 함께 살아본 사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연중 축제 캘린더는 결국 “이 도시는 1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그 답을 주민과 함께 만들고, 환경과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방식으로 구현해 나갈 때, 관광도시는 짧은 유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찾고 싶은 “기념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