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혐오 규범을 위한 기념 캠페인

온라인 혐오 규범을 위한 기념 캠페인
온라인 공간은 이제 일상, 정치, 문화, 일과 관계가 모두 뒤섞인 거대한 공적 광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광장의 확장만큼 혐오 표현, 괴롭힘, 조롱, 차별 발언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댓글, 신상털이, 공격적 밈과 패러디는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입니다. 이 글에서는 ①온라인 혐오가 왜 ‘기념’의 문제와 연결되는지, ②‘온라인 혐오 규범’을 주제로 한 기념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 ③캠페인의 핵심 메시지와 실천 내용, ④학교·플랫폼·시민사회가 함께 만들 수 있는 참여 방식, ⑤지속 가능한 온라인 문화 전환을 위한 과제를 살펴봅니다.
1. 왜 온라인 혐오에 ‘기념 캠페인’이 필요한가
1) 단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온라인 혐오는 특정 사건이 터졌을 때만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성별, 인종, 국적, 성적지향, 장애, 외모, 직업, 정치 성향 등에 따라 상시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언론 보도나 한두 번의 공익 광고만으로는 그 구조와 습관화된 폭력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혐오 표현과 차별의 기준을 되짚어보자”는 사회적 계기가 필요합니다.
2) ‘이 정도는 농담’이라는 감각을 재설정하기 위해
온라인 혐오가 강한 힘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는 그냥 드립”, “웃자고 한 얘기지”라고 여기는 느슨한 허용 분위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혐오 규범을 위한 기념 캠페인은 매년 혹은 정기적으로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어디부터는 폭력인가?”를 다시 묻는 자리입니다.
3) 피해자와 생존자를 공적 공간으로 초대하기 위해
혐오 표현의 피해자들은 종종 온라인을 떠나거나, 침묵하거나, 자기 검열을 강화합니다. 기념 캠페인은 그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 주고, 피해 경험과 회복, 규범에 대한 의견을 공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기능을 합니다.
2. 온라인 혐오 규범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
기념 캠페인이 단순한 도덕 훈계로 끝나지 않으려면 메시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1) “표현의 자유” vs “표현의 폭력” 구분하기
캠페인의 첫 메시지는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을 파괴할 자유가 아니다”여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과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를 구분하는 기준을 예시와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행동·발언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만, “너희는 사람도 아니다”, “없어져야 한다” 같은 표현은 규범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2) ‘내 말’이 아니라 ‘상대의 상처’를 기준으로
“내가 악의가 없었는데 왜 문제냐”가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어떤 상처를 받는가”를 기준으로 혐오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캠페인 문구 예시: “의도가 아니라, 영향으로 말하기”, “상대의 경험을 모를수록 더 조심해서 말하기”.
3) 방관자의 책임을 함께 이야기하기
혐오 발언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침묵, 동조 웃음, 공유·리트윗, ‘좋아요’는 혐오를 키울 수 있습니다. 캠페인은 “나는 가해자가 아니다”에서 멈추지 않고 “나는 어떤 장면에서 방관자였는가”를 돌아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4) “캔슬”이 아니라 “학습과 변화” 지향
누군가 잘못된 말을 했을 때 오직 공격·배척·캔슬만을 요구하는 문화는 또 다른 혐오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캠페인은 책임 있는 사과, 학습과 반성,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이 포함된 복원적 접근의 중요성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3. 캠페인의 구체적인 실천 내용
1) ‘온라인 혐오 최소 하루 멈춤’ 실천
기념일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욕설·모욕·조롱 표현을 의식적으로 쓰지 않는 캠페인, 대신 건설적인 비판·질문·정보 공유로 대체해 보는 실험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해시태그 예: #오늘은혐오멈춤, #respect_day, #나는이렇게말하겠습니다.
2) 혐오 표현 체크리스트 배포
개인이 글을 올리기 전에 “지금 내가 쓰려는 말이 혐오일 수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집단 전체를 싸잡는 말인가? 상대를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욕설 대상·캐리커처로 만들고 있는가? 실제 정보·논리보다 조롱·분노 표출이 핵심인가? 등을 묻는 형식입니다.
3) 사례 기반 교육 콘텐츠 제작
실제 댓글·게시물(개인 식별 불가 형태로 가공)을 토대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표현을 바꿀 수 있는지 비교해 보여주는 영상·웹툰·카드뉴스를 제작합니다.
4) 피해자 보호·신고 가이드 홍보
플랫폼별 신고 기능, 법률 지원, 상담 전화·온라인 상담소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혐오 대응 안내서”를 캠페인 기간에 집중적으로 홍보합니다.
5) ‘말 바꾸기 챌린지’
자주 쓰이는 혐오적·비하적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꿔보는 SNS 챌린지를 열 수 있습니다. 예: “이건 혐오 표현입니다 → 이렇게 바꿔 말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 금지보다 대체 표현을 익히는 학습형 캠페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참여 주체별 역할과 캠페인 설계
1) 학교·교육 현장
기념 주간에 수업 시간 일부를 활용해 실제 댓글 사례 분석, 롤플레잉(피해자·가해자·방관자 역할 바꿔보기), “내가 겪은 말의 상처” 나누기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 반·동아리 차원의 소규모 캠페인을 기획해 보도록 유도하면 참여감이 커집니다.
2) 플랫폼·IT 기업
기념일에 맞춰 혐오 표현 자동 감지·경고 기능을 눈에 띄게 안내하고, 신고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리포트를 내는 등 “규범 준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특정 기간 혐오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에 추가 경고창을 띄우거나, 작성 단계에서 “이 표현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안내를 실험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3) 시민단체·커뮤니티
다양한 소수자·당사자 그룹이 참여하는 공청회·라운드테이블을 열어 “우리에게 어떤 말이 가장 아팠는지, 무엇이 필요한 규범인지”를 직접 듣고 정리합니다. 이렇게 모인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인 ‘온라인 혐오 규범 선언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언론·콘텐츠 제작자
기념 캠페인 기간 동안 혐오 표현을 부추기는 말·구도 대신, 선정성 없는 사건 보도, 당사자 관점의 기획 기사 등을 선보이는 “혐오 줄이기 특집”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능·드라마·웹콘텐츠 제작사도 조롱·비하 코드 사용을 되돌아보는 가이드라인 논의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5. 지속 가능한 온라인 문화 전환을 위한 과제
1) 기념일을 ‘한 번 하고 잊는 행사’로 만들지 않기
캠페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교육·정책·플랫폼 개선과 연결되는 점검의 날이어야 합니다.
2) 다양한 혐오 경험을 포괄하는 규범 만들기
성별·성소수자·인종·장애·지역·외모·직업·이념 등 혐오의 대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한 가지 사례만을 중심에 두기보다 여러 집단의 경험을 교차해서 다룰 수 있는 포괄적 규범이 필요합니다.
3) 법적 규제와 자율 규범의 균형
법은 가장 심각한 수준의 혐오·위협·선동을 막는 최소 장치이고, 그 위에서 커뮤니티 자치 규칙, 개인의 언어 습관 변화, 플랫폼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기념 캠페인은 “모든 걸 법으로 막자”도, “각자 알아서 하자”도 아닌 중간 지점을 찾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4) 피해자 중심 접근 유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규범과 캠페인이 실제 피해자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를 계속 질문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필요가 항상 논의의 중심에 자리할 때 온라인 혐오 규범은 추상적 도덕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온라인 언어를 바꾸는 날, 함께 규범을 다시 쓰는 날
온라인 혐오 규범을 위한 기념 캠페인은 결국 이런 메시지를 향합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기념일 하루가 모든 혐오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내가 올리는 글과 댓글, 내가 웃고 넘겼던 밈, 내가 방관했던 장면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재고의 순간들이 쌓일 때, 온라인 공간의 기본값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온라인 혐오 규범 기념 캠페인은 “하지 말라”는 금지의 언어만이 아니라, “이렇게 말해 보자”는 새로운 언어의 제안을 함께 담을 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더 안전하고 존중이 있는 디지털 문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