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과 블루이코노미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과 블루이코노미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은 단순히 “바다를 사랑하자”는 감성적인 캠페인을 넘어, 21세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를 세계 의제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유엔이 정한 세계 해양의 날, 세계 해사(해운) 관련 기념일, 불법어업·해양오염·기후위기와 연결된 각종 국제의 날은 바다를 “관광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에너지·식량·기후 시스템의 핵심”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①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의 등장 배경, ②블루이코노미 개념과 핵심 내용, ③국제의 날이 블루이코노미 담론을 확산시키는 방식, ④‘블루 워싱’ 논란과 한계, ⑤생태 보전과 지역 공동체를 중심에 둔 블루이코노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1.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은 왜 늘어나는가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지만, 오랫동안 “무한한 자원 저장고”처럼 취급되어 왔습니다.
- 어업 남획과 불법어업
- 해운·해양플라스틱·유출 사고로 인한 오염
- 연안 개발과 매립, 관광개발
- 심해자원 채굴 논의
- 해수 온난화와 산성화, 산호백화
이 모든 문제는 개별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국경을 넘는 규범과 여론, 협력이 필수적인 의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과 국제기구, 각국 정부는 세계 해양의 날, 세계 수산·어업 관련 기념일, 해사 안전과 해운을 주제로 한 기념일, 해양 플라스틱·해양 쓰레기, 기후와 바다를 연결한 날들을 연이어 제정하며, “바다 문제를 전 지구적 의제”로 만드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은 세 가지 기능을 합니다.
1) 보이지 않던 바다의 현실을 드러내기
표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남획, 산호 파괴, 해저 채굴 논의를 시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영상·지도·통계를 공개합니다.
2) 정책·협약 논의를 위한 일정표 역할
국제협약 당사국 회의, 해양 관련 정상회의, 해양보호구역 논의 등이 국제의 날 전후로 집중되면서, “해양 거버넌스의 타이밍”이 일정 부분 날짜에 맞춰 돌아가게 됩니다.
3)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소개하는 ‘입구’
단순 보호를 넘어, 지속가능한 이용과 생태 기반 경제를 말하는 ‘블루이코노미’가 이 날들을 통해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2. 블루이코노미란 무엇인가: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 언어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는 단순히 “바다에서 돈을 더 벌자”는 개념이 아니라, 해양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면서 경제 성장·일자리·식량 안보·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구하되, 해양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자는 패러다임입니다.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속가능한 수산·양식업
남획을 줄이고, 어획량·어종·어장 회복을 고려한 과학적 관리, 저탄소·친환경 양식 기술 도입을 의미합니다.
2) 친환경 해운·항만 시스템
선박의 연료를 저황유·LNG·수소·암모니아 등으로 전환하고, 항만에서의 전력 공급(육상전원, OPS)과 선박 효율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줄이는 전략이 포함됩니다.
3) 해양 재생에너지
해상 풍력, 파력, 조력, 해양 열에너지 등 바다를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은 블루이코노미의 대표적 신산업 분야로 거론됩니다.
4) 해양관광·연안관광의 지속가능성
비행기와 크루즈로 몰려드는 관광객이 해안 생태와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선박, 소규모·로컬 중심 관광, 해양보호구역을 고려한 관광 설계가 강조됩니다.
5) 바다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밭 같은 ‘블루카본(blue carbon)’ 생태계는 탄소를 대규모로 흡수·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블루이코노미는 이 생태계를 단순 경관이 아니라 “기후 자산”으로 보는 관점을 포함합니다.
요약하면, 블루이코노미는 “바다를 더 뽑아 쓰는 경제”가 아니라, “바다가 건강할수록 장기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경제”를 지향합니다.
3. 해양 국제의 날이 블루이코노미 담론을 확산시키는 방식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은 블루이코노미를 학자·전문가 영역에서 정치·언론·시민 담론으로 옮기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1) 공식 메시지와 주제 선정
세계 해양의 날과 각종 해양 관련 국제의 날은 매년 “지속가능한 어업”, “해양 플라스틱”, “바다와 기후”, “섬 국가의 미래”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최근에는 이 주제들 속에 블루이코노미, 해양 기반 재생에너지, 블루카본, 지속가능한 해양관광 같은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포함됩니다.
2) 정부·기업의 ‘블루’ 전략 발표 창구
많은 정부와 해양 관련 공기업, 민간 기업은 해양 국제의 날을 계기로 해양 전략, 친환경 해운 계획, 해상 풍력·해양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합니다. 이 발표는 단지 계획 소개를 넘어, 블루이코노미를 국가 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가시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3) 연구·통계·보고서 공개
국제기구·연구기관·NGO는 국제의 날을 전후해 어족 자원 상태, 해양 온도·산성화 추이, 해운 배출량, 해양 쓰레기·플라스틱 유입량, 해양 산업의 경제 규모와 일자리 통계를 정리해 발표합니다. 이런 자료는 “블루이코노미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근거가 됩니다.
4) 시민 인식과 교육
학교·박물관·수족관·해양 연구소 등은 해양 관련 국제의 날을 맞아 해양 생태 전시, 기후와 바다 교육 프로그램, 해변 정화 활동,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블루이코노미를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국제의 날은 “블루이코노미가 뭔지 처음 들어본다”는 시민에게 개념을 소개하는 입구이자, 정책·연구·시장 흐름을 한 데 묶어 보여 주는 거울로 작동합니다.
4. 블루이코노미와 ‘블루 워싱’ 사이의 긴장
하지만 해양 국제의 날과 블루이코노미의 결합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블루 워싱(blue washing)’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됩니다.
1) 친환경 이미지와 실제 정책의 괴리
일부 국가는 해양 국제의 날에 해양 보호, 친환경 해운, 지속가능한 어업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연안 매립·대규모 항만 개발·심해자원 채굴에 속도를 내는 이중 행보를 보입니다. 기업 역시 해양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 기부·후원으로 홍보를 하면서, 실제 생산·수송·포장 방식은 크게 바꾸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성장’ 중심 블루이코노미
블루이코노미가 해상 풍력 단지, 대형 해양관광 개발, 대규모 양식업 확대 등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만 이해될 때, 소규모 어민·연안 주민의 생계와 권리, 해양 생물다양성은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 경우 블루이코노미는 “녹색 성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또 하나의 개발 수사에 그칠 수 있습니다.
3) 지역 공동체와의 갈등
해상 풍력·해양관광 개발·양식장 확대로 전통 어장 파괴, 조망권·소음·생태 변화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어민과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지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국제의 날 메시지는 “지속가능한 바다 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가”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합니다.
4) 데이터·과학의 한계
블루이코노미 정책은 종종 “과학적 관리”를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어족 자원 평가, 해양 생태계 서비스 가치, 장기적인 기후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큽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경제적 이용이 서둘러 이루어질 경우,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해양 국제의 날은 “예쁜 푸른 이미지”를 덧칠하는 무대로만 남고, 블루이코노미는 “바다판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집니다.
5. 생태·지역 공동체 중심의 블루이코노미를 위한 조건
그렇다면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이 진짜 의미 있는 블루이코노미 전환의 계기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1) 해양 보호를 블루이코노미의 ‘전제’로 두기
보호구역 설정, 남획 규제, 연안 습지·맹그로브 복원 등 생태 보전 조치가 “경제발전과 충돌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블루이코노미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2) 지역 어민·주민의 참여와 권리 보장
해양 개발·관광·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지역 어민과 주민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수익 배분 구조와 일자리, 결정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국제의 날 행사에서도 연구자·공무원·기업뿐 아니라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심에 서야 합니다.
3) 사회·환경 영향 평가의 강화와 공개
해상 풍력, 대규모 양식, 심해 채굴 등 블루이코노미 사업은 경제성만이 아니라 생태계 서비스, 탄소 흡수·저장, 지역 문화와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이 평가 결과는 해양 국제의 날을 계기로 공개·토론되어야 하며, 비판적 의견도 수렴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4) 기후위기·에너지·식량·해양 정책의 통합
바다는 기후조절기이자, 식량 공급원, 에너지·물류의 기반입니다. 따라서 기후 정책, 식량·어업 정책, 에너지 전환 전략, 해양 환경 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블루이코노미라는 큰 틀 속에서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5) 국제의 날을 ‘약속과 점검의 날’로 만들기
해양 국제의 날마다 각국이 지난 1년간 해양 보호·블루이코노미 정책에서 무엇을 실제로 이행했는지, 어떤 지표가 개선·악화되었는지를 공개적으로 점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국제의 날이 “캠페인 시즌”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날”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결론: 푸른 이미지 너머, 푸른 전환의 현실로
해양·바다 관련 국제의 날과 블루이코노미를 함께 바라보면, 바다는 더 이상 휴양지, 자원 창고, 국경의 경계선이 아니라, 인류의 기후와 식량, 에너지와 생태를 함께 떠받치는 거대한 공공재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국제의 날은 우리에게 바다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바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질서가 왜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시간표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푸른 바다” 이미지를 한 번 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 어떤 블루이코노미를 선택할 것인지,
- 누구와 함께 설계할 것인지,
- 그 약속이 실제 정책과 예산, 현장 변화로 이어지는지
를 해마다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럴 때 해양 국제의 날은 단지 바다 사진이 넘치는 SNS의 날짜가 아니라, 진짜로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바꾸는 푸른 전환의 기념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