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세계 문해력 기념일의 역할

actone 2025. 12. 8. 21:14

세계 문해력 기념일의 역할




세계 문해력 기념일(International Literacy Day)은 유네스코가 1966년에 제정한 국제 기념일로, 매년 9월 8일 전 세계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문해력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단순히 “글자를 아는가”만을 묻는 날이 아니라, 교육 불평등·빈곤·젠더 격차·디지털 격차·이주와 난민 문제까지, 문해력과 연결된 구조적 문제를 한 번에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 문해력 기념일이 ①문해력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역할, ②문해 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가시화하는 역할, ③국가 정책과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 ④디지털·평생학습 시대의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 ⑤개인과 지역사회에 주는 실질적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1. ‘글을 읽고 쓴다’는 의미를 다시 묻는 날

세계 문해력 기념일이 갖는 첫 번째 역할은, 문해력 자체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는 문해력이라고 하면 문자 해독, 기초 필기 정도로 좁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유네스코와 교육 연구자들은 문해력을 정보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 사회·경제·문화적 삶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본 역량으로 훨씬 넓게 정의합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매년 다른 주제를 통해 단순한 “문자 해독”에서 “디지털·시민·경제·건강·환경 문해력”으로 문해력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이 날은 “당신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당신은 이 사회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 날이기도 합니다.

2. 문해 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드러내는 역할

세계 문해력 기념일의 두 번째 역할은 숫자와 통계를 통해 불평등을 가시화하는 것입니다.

첫째, 국가·지역 간 문해 격차가 드러납니다. 저소득 국가와 분쟁 지역, 농촌·빈곤 지역에서는 여전히 성인 인구 중 상당수가 기초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문해율, 학교 진학률, 중도 탈락률, 성인 기초 교육 참여율 등을 이 날을 계기로 집중 발표하며, “어디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뒤처져 있는가”를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 줍니다.

둘째, 젠더·계층·장애에 따른 격차가 부각됩니다. 여성과 소녀, 장애인, 이주민·난민, 저소득층·소수민족 집단은 학교와 교육에서 배제되기 쉽고, 그 결과 문해력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에 발표되는 보고서와 캠페인은 “누가 가장 많이 배제되고 있는가”를 지목하면서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도록 압력을 가합니다.

셋째, 단순 통계를 넘어 ‘생애 이야기’를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문해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의 인터뷰, 글을 배우며 삶이 달라진 사례, 문해력 부족이 낳은 구체적 어려움 등을 함께 소개하면서 “문해력 = 삶의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교육 불평등을 숫자와 이야기로 드러내 “지금 이 상태가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세계에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3. 국가 정책과 국제 협력을 움직이는 기념일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정책과 예산, 제도를 움직이는 계기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첫째, 정부에 대한 압력과 약속의 장치로 작동합니다. 각국 정부는 이 날을 전후해 성인 문해 교육 프로그램,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 지원 정책, 농촌·도서 지역 교육 접근성 개선 등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 사회의 시선이 모인 날이기 때문에, “문해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이 더 쉽게 공표되고 기록으로 남습니다.

둘째, 국제기구와 NGO의 협력을 촉진합니다. 유네스코, 유니세프, 세계은행, 각종 국제 NGO는 문해력 관련 프로젝트와 기금을 이 날을 계기로 홍보하고, 파트너 도시·학교·단체를 모집합니다. 이는 문해력 향상을 개별 국가의 부담이 아니라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과제로 재정의하는 효과를 냅니다.

셋째, 기업·시민사회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출판·IT·통신·미디어 기업, 도서관·박물관, 시민단체 등은 세계 문해력 기념일에 맞춰 책 기부, 도서관 지원, 무료 강좌·워크숍,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모인 다양한 주체의 참여는 문해력 향상을 “교육부만의 일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의제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디지털·평생학습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해력 의제

오늘날 세계 문해력 기념일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디지털 전환과 평생학습 시대의 새로운 문해력을 제기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디지털 문해력과 정보 격차 문제입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지만, 모든 사람이 디지털 도구를 안전하고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가”를 넘어 “가짜 뉴스와 광고를 구분할 수 있는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디지털 문해력 문제를 함께 다룹니다.

둘째, 평생학습과 성인 문해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합니다. 산업 구조 변화, 기술 진보, 인구 고령화는 누구에게나 평생학습을 요구합니다.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성인에게 학교 밖에서 교육을 다시 받을 기회가 없으면 새로운 일자리·정보·서비스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학교를 졸업하면 교육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생학습의 관점을 강조합니다.

셋째,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문해력을 조명합니다. 이주민·난민, 소수언어 화자, 원주민 공동체의 경우 공용어 문해력뿐 아니라 자신의 언어·문화 속 문해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문해력 = 지배 언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해력이라는 관점도 함께 제기합니다.

5. 개인과 지역사회에 돌아오는 실질적인 의미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거대 담론뿐 아니라, 개인과 지역사회 수준에서도 현실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개인의 삶에서 문해력은 자립과 선택의 가능성을 넓혀 줍니다. 문해력은 계약서·약관·공공 안내문을 이해하고, 구직 정보·복지 제도·건강 정보를 찾아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 도구입니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사기·착취·편견에 노출되기 쉽고, 선택의 폭이 극도로 제한됩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글을 배우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삶을 지키기 위한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문해력은 참여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됩니다. 문해력이 낮은 지역일수록 선거·회의·공청회·공지문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지역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기 쉽습니다. 문해 교육은 단지 개인의 능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이 스스로 정보를 읽고, 의견을 모으고, 요구를 제기하는 민주적 참여의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셋째, “문해 교육을 요구할 권리”에 힘을 실어 줍니다. 세계 문해력 기념일을 통해 성인 문해 교실, 야학, 지역 평생학습관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제적 담론과 연결되면서 더 큰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배우고 싶다”는 요구가 개인의 부탁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인정한 기본권의 요구로 읽히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세계 문해력 기념일은 ‘배울 권리’를 다시 쓰는 날

정리해 보면, 세계 문해력 기념일의 역할은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의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하나, 문해력의 의미를 글자 해독에서 정보·디지털·시민·평생학습 능력으로 확장시키고, 둘, 문해 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통계와 이야기로 가시화하며, 셋, 국가 정책·국제 협력·기업·시민사회의 참여를 동시에 움직이는 계기가 되고, 넷, 디지털 시대와 평생학습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해력 의제를 제시하며, 다섯, 개인과 지역사회에 “배우고 이해할 권리”를 다시 확인해 주는 날입니다.

궁극적으로 세계 문해력 기념일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읽고 쓸 수 있는가?”를 넘어서 “우리는 누구에게 삶을 바꿀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여전히 허락하지 않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책과 학교, 디지털 정보, 평생학습의 문을 여는 일, 그것이 바로 세계 문해력 기념일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자, 앞으로 우리가 함께 채워 가야 할 역할일 것입니다.